BLOG ARTICLE 개봉영화 | 2 ARTICLE FOUND

  1. 2009/09/22 영화 <애자> 에서 울 엄마를 떠올리다
  2. 2009/06/08 Stranger! 개봉관 5개, 관객수는? (2)




영화 <애자>를 보고 새삼 '엄마'가 그리웠다. 그런데 가슴 한쪽에 묵직이 올려뒀던 '엄마'의 그리움은 놀랍게도 채 일주일도 안 돼 차츰차츰 잊히고 있다. "엄마… 뭐해. 영화 같이 볼까?" 하고 넌지시 아양을 떨고자 다짐한 것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짬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잠시 묻어 두었다. 이런….

#1. 영화 <애자> 속 대사

한껏 늦잠을 자고 있는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잠결에 발신자를 확인한 애자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애자 : "쫌 자자!!"
엄마 : "아가… 어매 병원 좀(수화기 너머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애자 : "엄마… 엄마."


나 역시 '애자'처럼 휴대전화 액정 화면에 '엄마'라고 뜰 때면 괜스레 부루퉁한 목소리로 "엄마 왜? 나 바빠"라고 말문을 떼기 일쑤다. 엄마는 나의 쌀쌀맞음에 곧잘 상처를 받으면서도 항상 먼저 전화를 걸어오신다.

그런 엄마가 요즘 아프다. 온 입안이 헐어 입 안에 음식을 넣기도, 맞닿은 두 입술을 떼기도 힘겨워 한다. 피로가 쌓이면 생기던 증상인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 듯싶다. 아랫 입술 안쪽이 헐면 곧바로 혓바닥 아래도 허는 식으로, 휴지기도 생략한 채 바이러스의 공격이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엄마는 지난주에 골반부터 심장까지 꼼꼼한 건강 검진을 받았다. 그 검사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아픈 엄마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뭘까, 곰곰 생각해 보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고작해야 엄마의 노년이 몹쓸 입 병으로 자유롭지 않게 되는 건 아닌가 초조하게 걱정만 할 뿐이다.

#2. 영화 <애자> 속 대사

애자 : "뭔데? 엄마… 니 혹시 재발한기가?"
엄마 : "그래 이년아, 죄 많은 년 일찍 뒈지라고 재발했는갑다. 와."
애자 : "내가 몸 간수 잘 하랬재! 재발하면 죽는다 켔나? 안 했나!"




엄마가 밥숟가락 뜨는 손에 '히마리'가 하나도 없다 싶으면 난 버릇처럼 "또 입병이야?"라고 묻는다. 이 병을 십수 년 달고 사는 엄마의 고단함이 나에게는 곧 일상이 돼버린 탓이다. 진심어린 걱정을 할 만도 한데 "약은 먹었어?"라는 모래알같이 건조하고 무성의한 관심만 표하고 만다.

이런 나는 막내의 특권인양 엄마의 손길을 받으려고만 했다. 엄마는 나의 보호자고 후원자며 안내자라고 굳게 믿었다. 엄마는 언제고 아프지 않는 불로장생의 기운으로 나를 위해, 우리 세 자매를 위해 줄곧 희생할 줄로만 알았다.

그런 내가 엄마의 세월과 마주한 건 약 4년 전. 그러니까 엄마가 급성맹장으로 병원 신세를 지던 일주일 동안이다. 그때 엄마는 수술 후유증으로 며칠 동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고, 밤새 구토 증세를 겪었다.

늘어진 살갗에 바늘을 꽂고 누워있는 엄마 모습을 보며 난 난생 처음으로 엄마의 세월과 마주하게 됐다. 내가 모르던 엄마의 늙고 약해진 몸과, 새처럼 작고 가벼운 어깨가 만져졌다. 세월이란 놈은 나에겐 꿈과 기회를 나눠주는 대신 우리 엄마의 기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 우리 엄마가 늙고 있구나.'

#3. 영화 <애자> 속 대사

애자 : "엄마는 억울하지도 않나! 이래 암 것도 못해보고 세상 등지면 억울하지도 않냐고!"
엄마 : "내 하고 싶은 거 다 해봤고 살만큼 살았다."
애자 : "와 자꾸 거짓말 하는데! 엄마 살고 싶지! 민슥이 애 낳는 것도 보고. 내 시집가는 것도 보고. 그래 쪼매라도 더 살고 싶잖아. 내 그거 모를 줄 아나."


영화 <애자>는 차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엄마의 죽음 앞에서, 도대체 뭘 해야 할 지 몰라 애를 쓰는 딸의 모습을 비춘다. 영화를 본 한 관객에 불과한 나도, 내 곁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만 같았던 엄마가 언젠가는 아주 멀리,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날 거라는 사실에 새삼 마음이 다급해진다.

#4. 영화 <애자> 속 대사

엄마 : "맛나네… 내 며칠 전부터 이거 먹고 자파가…"
애자 : "개안타 한두 잔은…"



그러고 보니 엄마와 나란히 앉아 술 한 잔 나눈 기억이 없다. 겨우 이만큼을 살아온 나도 일상 속 희로애락을 느낄 때마다 챙겨먹는 술 이거늘. 딸로서 여자로서 엄마와 나눌 얘기들이 켜켜이 쌓여 가는 걸 알면서도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울 술 상 한 번 차리지 못한 게 못내 후회스럽다.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가끔은 기운을 차리기 위해 밥보다 술이 더 낫다는 사실을 알려드려야겠다. 술의 이로움을 빌려 함께 웃고 떠드는 휴식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엄마가 보여주는 불가사의 하고 설명할 수 없는 내리사랑을 이제는 내가 돌려드릴 차례인 것 같다.


출처: 오마이뉴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지난 주 목요일 개봉됐다.

같은 날 개봉 영화들이 왁자지껄한 것도 아닌데  

거의 침묵에 가깝게 소리소문 없이 극장에 걸렸다.

물론 <마더> <박쥐> <터미네이터> 같은 대작들이

극장 몰이와 관객 몰이를 싹쓸이 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무음無音 과 같다.

 

탈북자와 이주노동자.

제목처럼 처음 만난 이들이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한 편의 로드무비가 바로 <처음 만난 사람들> 이다.

탈북자 진욱, 10년째 한국에서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는 탈북자 혜정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 한국에 온 베트남인 팅윤..

그들이 걷는 길. 시간. 공감 같은 것들..  

거대한 숲처럼 아파트가 우거진 도심의 풍경 속에 길을 잃은 진욱과

그를 위해 한 밤을 꼬박 새워 함께 헤매는 혜정. 
잘못된 방향의 버스에 올라탄 팅윤과

그와 함게 목적지로 함께 걷는 진욱.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의 사연을 포옹한다. 

가까이 있지만 가까이 있는 것 조차 몰랐고 

어쩌면 일부러 모른 체 한 사람들을 쫓는 2시간은 
놀랍게도
때론 뭉클하고 때론 부끄럽고 또 때론 웃음이 샐 정도로 재미있다.

 

물론 화끈한 액션씬이 끝내준다거나

가슴 절절한 멜로라인에 눈물샘이 자극되는 건 아니다.

탈북자.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굳이 극장에서까지 볼 필요 있을까 
되묻는데도 고개를 가로 젖진 못할 것같다.

 

하지만 비주류, 소수자, 아웃사이더 의 이야기를

이처럼 리얼하고 보드랍게 그린 영화가 또 있을까.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야말로

작은 영화의 미덕을 고스란히 담아

우리의 가슴에 햇살 닮은 희망을 안긴다. 


조용한 개봉 탓에 첫 주말 관객이
전국 5개관에서 200명 남짓이다.
무엇보다 바로 이 점이 아쉽다.

알고 안보는 것과 모르고 못 보는 것은 출발부터 다르다
.

최소한 선택하느냐 안하는냐로 고민하도록..

다른 영화들과 같은 선상에 놓여있어야 한다.
함께 노출되어야 한다.
영화 기자들조차 외면한 이 영화를..
내 블로그에서라도 소개하는 까닭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오늘로 개봉 2주차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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