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BANA VIEJA from Van Royko on Vimeo.


 

 

오전엔 주례회의가 있었고, 나의 포지셔닝이 약간 헷갈렸지만 유익했던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오후 회의도 끝마쳤다. 허리가 계속 아파 등을 좀 꼿꼿이 세워 앉았는데 어쩐지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심의를 위해 몇 작품을 DVD에 굽고 이래저래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뜻밖에 발견한 영상 하나, 영화 <시간의 춤>의 배경이기도 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 HAVANA 다. 4분 동안 푹 젖어 그 곳을 봤다. 이게 바로 짧은 영상의 위력이구나.  무기력한 직장인을 감상적인 여행자로 달뜨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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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금요단편극장에서 선보일 두 편의 영화는 가족의 굴레 안에서 현실의 짐을 오롯이 짊어진 진섭과 불행한 과거와 반복되는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여행’을 꿈꾸는 무영을 주인공으로 한 < 닿을 수 없는 곳 >< Being a Traveler >이다.

어느 인생에나 시련의 순간은 오게 마련이고, 여기 두 청춘 역시 인생에서 결정적이라 할만큼 커다란 시련 앞에서 주춤 거리고 있다. 언뜻 불행해 보이는 두 편의 이야기는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쯤 본색을 환히 드러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 닿을 수 없는 곳 >은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부문에서 선재상을, < Being a Traveler >
는 대한민국영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다행히도... 금요일 밤의 짜릿한 데이트 금요단편극장이 변함없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3월의 행사를 갖는다. 서울아트시네마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이 봄의 길목에 퍼붓는 눈보라처럼 고약하지만,  관객의 힘으로 지금의 난관이 극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금요단편극장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 달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에 이어 시네마테크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 또한 공모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졸속으로 진행된 공모제에 반대 입장을 내고 공모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에 관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입장 바로가기.





'금요단편극장 3월'

일 시: 3월 12일 금요일 저녁 8시
주 최: 인디스토리,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장 소: 서울아트시네마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
등 급: 15세 이상 관람가
관람료: 5,000원(서울아트시네마 및 미디액트 정회원은 3,000원)

'초대이벤트'

현재 인디스토리 네이버 카페 에서는 금요단편극장의 초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참고!





Decisive Moment 2010/03/08 13:25




자는 폼이 자유분방하달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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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반부터 외가에서 살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 엄마가 나를 데려가기 위해 외가에 왔을 때의 일이라고 했다. 막 일곱 살이 된 나는 엄마가 온다는 사실을 안 순간 신발도 신지 않고 단숨에 집 밖으로 달려 나가더라고 했다. 그 길로 3백미터쯤 떨어진 작은 외가 집으로 달려가 곧바로 그 집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고 했다. (...) 이불 밑으로까지 몸을 숨기더라고 했다. 작은 외할머니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잡으러 왔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김형경 <사람 풍경>


Jake and Mom by Norma Kramer

내게도 또렷한 유년의 삽화가 하나 있다. 하굣길, 언제나처럼 단짝 친구 나영이네 집으로 향했다. 어느 때처럼 나영이 엄마는 나영이를 안고 만지고 극진히 살폈다.

대충 가방을 내려놓고 집 앞 놀이터로 나와 한참을 놀았고, 나영이는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했다. 또 혼자구나. 난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나영이의 뒤통수에다 “우리 엄마가 나 찾으면 가출했다고 전해줘.” 라고 말했다.

나영이는 놀랐고 나는 몸을 숨기기 위해 나무 덤불 사이를 살폈다. 초등학교 6학년, 13살 때의 기억이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 아빠는 한 밤이 돼서야 집에 왔고 나머지 시간동안은 언제나 혼자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큰 언니는 한창 입시 공부를 전념했을 것이고, 막 친구가 더 좋아졌을 작은 언니는 노느라 바빴을 거다.

그대부터 이미 난 ‘회피’라는 방어기제로 자신을 보호했나보다. 위험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 상황, 대상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태도. 회피 방어기제는 유아기 때 형성되는 정서이며 그때 아기에게 고통스러운 감정, 상황, 대상은 엄마가 만드는 환경이라고 한다. 당시 나도 엄마와 일찍 분리된 것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숨거나 도망치는 것으로 표출됐으리라.


여행의 습관은 일종의 방어의식이었다. 삶의 한가운데로 뚫고 들어가지 못해, 내면의 고통과 직면하지 못해 어디론가 도망치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표면적으로 그 여행은 정신분석에서 알아낸 많은 것들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넘어서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분석을 받으며 헤집어진 고통스러운 감정,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돈스러운 삶으로부터 멀리 도망친 행동이었다. 그런 방어 의식을 전문용어로 회피라고 한다.   역시, 김형경 <사람 풍경>


회피의 특징인 방랑벽 역시 그대로 적용된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일주일 넘게 방안에만 틀어 박혀 지낸 스물 하나 그즈음에 느닷없이 런던의 민박집으로 훌쩍 떠났다. 난생 처음 이국의 땅을 밟고도 두려움 제로의 해방감을 느꼈고 지금도 종종 그 기분을 떠올려본다.

그곳에서 여행자의 옷을 빨고 밥을 짓고 방을 치워 번 돈으로 한 달 남짓 혼자 여행을 갔다. 그 뒤로 수차례 혼자 떠난 낯선 길. 그곳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반복됐다. 지금도 불현듯 답답하거나 불안할 때 현실이 내 뜻과 다르다고 느껴질 땐 어김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 모든 게 회피, 도망치고자 함이다.

영원히 자기 삶 바깥에서 서성이게 만들 회피라는 방어의식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여행자, 자유를 꿈꾸는 영혼 같은 수식을 붙여 두둔했던 나의 약한 내면을 오롯이 직시하게 되었다. 이 다음은 모두 내 몫인 듯싶다.




콤플렉스, 자기애, 동일시, 자기 존중 같은 내면을 바로보게 도와준 고마운 책.

사람풍경 - 8점
김형경 지음/예담











짧은 영화로 긴 여운을 주려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참신함이다.(라고 생각한다.) 짧게는 3분에서 20분 내외의 단편영화가 장르든 이야기의 구성이든 코미디적 요소든 장편(상업) 영화의 고집(스타일)을 따르다 보면 쉽사리 식상해 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본 단편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길지만) <백년해로외전>은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과 영리한 배우들이 빛을 낸 참신하고 재치 넘치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여자친구를 사고로 잃은 한 남자(이종필)의 그리움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변해 가는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반면 여자친구(김예리)는 죽은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 밝고 명쾌한 어조로 인생의 결정적 순간들을 마치 인터뷰에 응하듯 대답한다.

남은 자는 질질 짜지만 떠난 자는 쿨하다. 둘의 자세가 극명히 대비되는 지점에서 가슴 깊이 저릿한 슬픔이 전해진다. 사고가 일어났던 바로 그 시멘트 바닥 위에 몸이 구겨진 채로 누워있는 여자친구의 환영과 나란히 누워 “뭐 해줄까 응? 뭐 해줄까?” 떼를 쓰는 남자는 베개 대신 등에 멘 가방을 그녀의 머리 아래 놓아준다.




죽음이 곧 완전한 이별을 의미하는 건 아닐 거라던 감독의 심정은 영화 속 두 연인이 생사를 오가며 마주치고 또 대화하는 장면들에 고스란히 담겼다. <백년해로외전>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죽음’을 다루지만 분명한건 슬프고도 유쾌한 러브스토리이면서 청춘담인 동시에 잘 만들어진 감동의 단편 영화라는 거다. 

감독이 희망하듯 이 영화가 장편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면, 제 1의 서포터가 되고 싶을만큼 반하기에 충분했다. 



강진아 감독의 <백년해로외전>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됐다. 바로 지난 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단편영화 상영회 '금요단편극장'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작품 정보는 인디스토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www.indiestory.com










I feel enough

Decisive Moment 2010/03/03 10:00








 
부산과는 어떠한 연고도 없는데 왠지 이 도시에 가면 그리운 옛사랑과 마주하는 기분이다. 아마도 스무 살 무렵부터 부산영화제에 들락거린 향수 때문이 아닐까. 영화 그리고 바다. 맛좋은 회와 인심 좋은 사람들이 반겨주는 곳. 그곳을 지난 토요일 당일치기 출장차 다녀왔다. 짧은 시간 안에 도시의 끝과 끝을 들르느라 햄버거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지만 국제시장 골목에서 마주친 계란빵 덕분에 아쉬움은 없다. 이게 바로 그...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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