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March>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과장된 감정이입일지도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 <March> 처럼 

고작 3분으로

삶 전부가 설명된다면.


이를테면... 

언제 태어나

어느 학교를 나와서

어느 직장에 다녔고

누구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그때 정년퇴직을 해

이렇게 늙었다. 


얼마나 서글플까. 

그러고 보면

한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러니까 짧게는 설명안될

다채로운 삶을 위해
지키고자 한 태도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평범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고  

행여 굶게 되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무모하더라도 

도전하거나 

두렵더라도

과감히 떠나는 것.

아무도 알수 없는

나조차 궁금한

미래의 나를

찾기위한 노력들...





오늘이 내일같고

내일이 모레같을

지금의 내 하루들이
꼭 3분짜리 인생을 향한
빠른 전진은 아닐지.




단편 애니메이션 <March>는 제11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학생경쟁부문 초청된 싱영호 감독의 2009년도 작품. 더 자세한 작품정보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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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우울

2010/02/25 15:12 from Enjoy




 

날 꽃에 비유하기가 낯뜨겁지만

길가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꽃한송이가

꼭 나같아 안쓰러워 마음이 쓰인다.


온기가 느껴지는 2월이라

지금 내리는 비는 꼭 봄비라고 해도 어울릴법한데

어둑한 하늘 아래

분위기는 봄이라기 보단

푹푹한 가을한날처럼 서늘하다. 쓸쓸한것도 같고.


예전엔 종종 오늘보다 더한

우울함을 감지하며 살았는데

한동안 못 느끼다가

비도 내리고

이런저런 일도 있고

괜시리 마음이 무겁다.


울고도 싶고 웃고도 싶고

술도 당기고 친구도 그립고...


어쨌든 긍정의 마무리가 중요하다면

오늘의 이 어두운 기운은

일상의 안위가 주는 선물이라고

반갑게 여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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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쯤

이른 감이 있다면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때쯤

이분법의 선악 구조 말고도

여러 가치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쯤.

아마도 열 살. 열한 살쯤

2010년에 엄마를 놀라게 한 이 영화를

꼭 보여줘야지 생각했었다. 


지난 주, 한 시사회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몇몇은 눈시울을 붉힌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의 감동이

지금까지 마음 한 구석에 그대로 자리해 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가.

영화를 본 뒤 스스로에게 여러차례 질문도 던져본다.  

이념과 신념, 경계인에 대한

그간 미처 진지해지지 못했던 주제들이

가깝게 다가와 살갗을 깊숙이 파고드는 영화 <경계도시2> .


놀라운 건

<경계도시2>가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영상물을 심의하고 판단해

관객의 볼 권리를 박탈하는 심의제도에 대한 비판은

워낙 근본적인 문제니 차치해 놓자.


영등위에서 밝힌 바 

<경계도시2>의 심의 결과는 이렇다.

'주제, 내용, 대사, 영상 표현에 있어

사회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제한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한 수준으로 15세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


과연 '영화의 수준'과 '15세'를 동등하게 적용한

영등위의 판단은 정당한가.


아무리 양보해도 긍정할 수가 없어,
언젠가 아들에게 보여줄
필견의 영화리스트에 <경계도시2>를 올려놓는데

더이상 나이 제한 따윈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어떠한 선정, 폭령성도 배제된
그저 훌륭해 마지않는 
다큐멘터리에게 부끄러운 자의적 판단으로

관객 일부를 떼어놓고자 한 영등위를 부끄럽다 기억하면서.

훗날 아들에게 이 짧은 단상까지 얘기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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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라는 동물은 내게 1957년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 나타났다가 도시의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황급히 택시를 타고 제 고향 안데스의 고산지대로 귀향한 후 도시에 나타나지 않는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생명체 같은 것이었다. 인지 모라스 라는 매그넘 사진작가 중 가장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사진을 찍었던 여성 작가가 있는데, 그녀의 사진을 통해 라마라는 동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나처럼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터이다.


김경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여유롭고 호기롭게 미지의 땅 곳곳을 밟을 수 있을까.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으리란 뜨거운 각오를(다시 돌아오게 되더라도) 가슴 깊이 품을수 있을까.

패션잡지 기자로, 또 칼럼리스트로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은 여행지 선택도 머묾의 의식도 남달랐다.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를 들고 찾은 몰타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작은 도시 만델라, 그곳 작은 고성에서 만끽한 나른한 게으름. 카프리 해변에서 즐긴 럭셔리한 요트 경기, 베네치아에서 30분 거리의 레이스의 본고장 브라노, 가끔 염소와도 부딪힌다는 리스본의 알파마 그리고 슬픈 가락 파두.  


영화에나 나올법한 그녀의 1년 동안의 휴가길을 동행하다보니 문득 구름 한 점 올려다 보지 않는 나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마주친다. 나름 넘쳤던 끼와 열정은 어디에 던져뒀을까. 그녀만큼은 아니래도 언제든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용감한 작은 나였는데. 불현듯 집어든 책 한 권이 굳은 흙처럼 허옇게 변해버린 심장을 톡톡 두드린다. “문 좀 열어봐봐... 네 진짜 얼굴 보고싶어.”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표지를 장식한 라마의 사진이 어쩌면 합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얕은 의심이 풀리는 순간, 사진작가 인지 모라스Inge Morath 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아름답게 피사체와 소통한 사람은 누굴까. 이거야 말로 또 다른 결정적 순간이구나.

사진기 두 개를 목에 걸고 다리를 쭉 벌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인지 모라스를 보았다. 중년의 여인과 카메라가 몹시도 잘 어울리는 사실이 김경의 꽁무리를 쫒다 위축되고 만 내게 작은 위로를 준다. 셀프 포트레이트 속 늙어버린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다. 시공간의 숨결 그대로를 움켜잡은 그녀의 사진들이 마음을 흔든다.

바로 지금,
뭘 배우고 본받고 그런 문제들을 모두 떠나 마음이 동하고 있는 것만 느끼고 싶다. 나 아직 그대로 숨 쉬고 있다는 것만.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 8점
김경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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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2월 눈

2010/02/11 19:33 from Enjoy




뜻밖의 큰 눈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다. 파주와 맞닿은 일산의 끄트머리에서 눈 위에 꼼짝않고 갇힌 출근길. 1시간 쯤 지났을까. “기사님 죄송한데 문 좀 열어주세요.”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발을 헤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만큼은 지각하지 않으리란 결의도 하얀 놈 앞에 무력하다. 설 연휴 하루 전 날의 마음이 이토록 무거울 수 있다니... 수북이 쌓인 일거리들이 눈앞에 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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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둔 <이웃집 좀비>는 신선한 충격이다. 유독 '좀비' 영화만을 피해온 영화 편식인임에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영화 안팎으로 포진한 여러 특별함 때문이다.

우선, 2천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된 웰메이드라는 점. 홍영두, 장윤정 감독(부부)의 살림집 옥탑방에서 만들어진 영리한 ‘하우스무비’라는 점, 충무로 영화현장에서 조감독, 제작팀, 배우, 분장팀으로 만난 네 명의 영화꾼이 의기투합해 이룬 결과물이라는 점이 그렇다.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보기 드믄 창의적인 제작시스템, 거기에 열정과 우정을 더해 탄생한 좀비영화는 좀비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취향조차도 단숨에 바꿔버렸다.



<이웃집 좀비>의 오영두, 홍영근, 류훈, 장윤정 감독

영화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빽 지르기다가도 낄낄 웃게 되고, 어느새 코끝이 찡해 오는 걸 참는데 또다시 괴성을 치게 만든다. 이렇게 감정의 흐름을 타는 게 영화의 관람 키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기대보다 개봉관 수가 적지만, 워낭소리가 영화의 힘으로 7개에서 300여 개관으로 확대 개봉된 전례에 비춰 볼때, 그 숫자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웃집 좀비>는 2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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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깊을 심(深)자, ‘심도’를 카메라 용어로 이해하기 시작한 지난 주. 평소 자주 봐온 배경이 포커스 아웃 된 사진이 즉, 심도가 얕은 사진이란 걸 알게 됐다. 비로소, P모드와 Auto모드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절하는 M모두를 다룬 첫날. 사진의 주인공이 특별해서 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심도를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이 꽤 마음에 든다. 

 

사진 속 주인공은 태어난 지 1주일 된 조카 밤토리다. 조리개를 f1.8(최대)로 열고 피사체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위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심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
1. 조리개가 열릴수록 심도가 얕다.
2. 렌즈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가 얕다.
3. 렌즈가 망원일수록 심도가 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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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미디액트 홈페이지



나의 첫 영화 <기다리다>(DV 6mm, 4min.)가 완성된 곳, 미디액트가 사라진다. 그곳에 처음 발 들여놓은 날, 이토록 완전한 영화 교육의 장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내심 크게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영원히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친절함 때문이었을까. 이후 겨우 두어 개의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 어쩌면 이렇게 허망하게 미디액트가 사라진단다.

그랬다. 작년 여름, 미디액트에서 나의 첫 영화를 위해 고민하고 촬영한 1주일동안 고되고 힘들었지만,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당시에도, 지금 돌이켜 보아도 그 터질 것 같은 흥분은 아직도 그대로 심장을 꿈틀인다. 나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정식 영화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저 영화가 좋고 함께 하고픈 예비 영화인에게 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장비를 대여해주고 유용한 교육 프로그램과 세미나에 참여 가능케 한 곳이 바로 미디액트였다.

이제, 영진위가 선정한 새 사업주체인 (사)시민영상문화기구가 그 곳을 대신 꾸려나갈 것이다. 한낱 희망을 저버리긴 싫지만, 그간 미디액트 식구들이 개인의 안위 따위 접어두고 이뤄낸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갖출 것이란 기대가 들지 않는다. 독립영화, 독립영화전용관과 기타 영화제들이 정권이 바뀐 뒤, 영진위의 진두지위 하에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모든 게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탄압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주 금요일 미디액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이송희일 감독이 한 말이 두고두고 가슴을 치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철거당한 사람들의 심정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다. 예술영화전용관, 독립영화, 시네마테크, 미디책트처럼 시민과 교감해온 영상운동 등 돈이 안 되는 독립영화들이 하나같이 영화판에서 철거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 프레시안, "미디액트를 돌려줘" 미디액트 이용자들 비상대책모임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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